단 두 발의 총알이 총구를 벗어났다. 제임스 커크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눈에 담았다. 얇은 피부를 뚫고 근육을 헤집으며 대퇴부를 관통한 총알은 죄 없는 혈관을 온통 터뜨려 놓았다. 흉하게 뚫린 구멍으로 울컥 쏟아져 나오는 피를 막아보려 애쓰던 남자는 그 위를 짓이기는 구둣발의 압력에 고통 젖은 비명을 내질렀다. 애석하게도 그를 도와줄 이는 없었다. 존 해리슨은 스스럼 없이 남자의 관자놀이에 손을 뻗었다. 활짝 펼쳐진 긴 손가락이 경련하는 머리통을 꼼꼼히 옭아매었다. 그제서야 커크는 제 눈꺼풀을 아래로 내렸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단말마조차 없이 생을 마감한 남자에게 커크는 심심한 조의를 표했다. 그는 오늘도 타인의 목숨을 양분으로 삼아서 숨을 쉬었다. 지금쯤 존은 가늘게 뜬 눈으로 무방비한 커크를 내려다보고 있을 터였다. 커크는 이제 그 모양을 직접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건조한 손바닥이 커크의 뜨끈한 목덜미를 감싸쥐었다. 번쩍 눈을 뜬 커크의 앞에 존의 얼굴이 있었다.
“어서 와.”
커크는 그대로 고개를 기울여 존에게 입을 맞추었다. 파고드는 붉은 살덩이를 거부하지 않고 빨아들이며 존은 그대로 커크의 헐벗은 어깨를 침대 위로 밀어 쓰러뜨렸다.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듯한 으르렁거림을 맛보자 절로 커크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목뼈가 부러져 죽은 시체를 바로 옆에 두고 섹스를 하는 것은 공교롭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존은 자주 집을 비웠다. 커크는 종종 길바닥에서 사내를 주워왔고, 보란듯이 그들의 침대 위에서 한껏 뒹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날의 존은 비로소 커크가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존재로서의 진정한 자태를 노출하고야 마는 것이었다. 난폭한 인터코스며 살점이 물어뜯기는 감각만이 흑백으로 만연한 커크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색채를 띄었다. 존 해리슨은 그렇게 제임스 커크의 칸이 되고는 했다.
* * *
‘젠장, 짐. 요즘 왜 이리 연락이 안 돼? 어디서 또 일 치고 있는 거 아니야? …메세지 확인하는대로 연락 줘.’
두껍게 친 커튼이 벌어진 틈새로 옅은 햇살 한 줄기가 비집고 들어왔다. 눈을 뜬 커크는 제일 먼저 거리의 그 누구도 들고 다닐 것 같지 않은 낡아빠진 전화기를 손에 들었다. 그가 사랑해 마지 않는 아날로그의 감촉이 손가락 끝에 맴돌았다. 수십 번을 반복해 들었던 레너드 맥코이의 음성 메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재생하는 일은 커크의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 젠장, 짐. 요즘 왜 이리 연락이 안 돼? 커크는 자신이 잔뜩 구겨져서 바스락거리는 종이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제 본연의 상태로 영영 돌아갈 수 없는, 한 없이 찌그러진 생명.
존은 커크를 험하게 안았지만 모든 짐승같은 행위가 끝난 뒤에는 지쳐 늘어진 그의 몸을 손수 안아들고 욕실로 걸어 들어가고는 했다. 힘 없이 흔들리는 사내의 단단한 몸뚱아리조차 존에게는 가녀린 어린아이마냥 가벼웠다. 오늘 새벽의 커크는,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내리고 퍼프에 바디 워시를 짜내는 존의 너른 등을 욕실 문가에 기대앉아 지켜보았었다. 문을 닫자 넓지 않은 욕조를 가득 채운 온수가 시야를 뿌옇게 가렸다. 커크는 그를 두고 자리를 떠나려는 존의 팔을 잡아당겼다. 같이 젖자, 칸. 숨죽여 속삭인 입술에 미지근한 독이 스몄다. 존은 언제나 그렇듯 커크가 바라는대로 이루어 줄 뿐이었다.
존을 만나고 좋든 싫든 함께 살게 된 이후로 커크는 버릇처럼 시도 때도 없이 제 몸을 씻었다. 구부정한 허리를 겨우 일으키자 밤새 시달린 하체가 격통을 호소해왔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아흐으으…”
거울 너머로 비친 몸은 비참했다. 어깨며 목, 가슴팍 곳곳에 진하게 새겨진 잇자국이 선연했다. 존은 커크의 목숨을 위협하는 데에는 썩 흥미가 없어 보였으므로 보기 좋게 얻어 맞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오히려 커크가 얌전히 집을 지키고 있으면 그에게 성적으로 손을 대는 일도 적었다. 존은 그저 커크를 그의 영역 바깥으로 놓아주지 않을 뿐이었고, 커크로서는 좀처럼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없었다.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최근의 커크는 살아 숨쉬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존에게서 벗어날 생각도 굳이 하지 않았다. 허리를 연신 두드리던 손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얼얼한 엉덩이 두 짝을 스스로 벌리고 있는대로 부어올라 꽉 다물려진 구멍에 집게손가락을 밀어넣자 날카로운 고통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커크는 쏟아져내리는 따끈한 물줄기에 안겨 한참을 서 있었다.
본래 예정이었던 셜존 만화는 내년 1월 벤마필모 교류전으로 미뤄졌어요ㅠ.ㅠ
셜존 칼선스티커는 그대로 로망스에 들고 갑니다. 양이 많지가 않은데다 개인적으로 쓸 데가 생겨서
11월 중순쯤 스티커는 재판할 예정이에요. 통판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때의 공지를 기다려주세요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