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벌써 세 번째 우려먹는 광마 브레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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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라이트 글 그림 통합 추모합작


브레이즈 - 글 파트로 참여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D









 새카만 암실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관 안에 누워있었다. 전혀, 아무런 미동조차 없이.


 정적을 담은 깊은 어둠. 수없이 많은 꽃송이가 그의 텅 빈 시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chrysanthemum. 순백의 국화가 단정하게 내린 은발과 어우러져 어둠 속에서 조용히 반짝였다. 굳게 다문 입술과 고집스러운 이마. 촘촘한 속눈썹이 뻗어나와, 빛을 비추었다면 분명 수려한 그늘을 만들어냈으리라. 이미 그는 숨이 끊긴 지 오래였으나, 탐색을 나가던 여느 때의 그와 전혀 다름이 없는 모습이었다. 지시자는 먹물 빛의 관구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품에는 역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 송이의 국화가 안겨있었다. 인형은 그것을 그의 가슴 위에 내려놓았다. 지시자의 신분으로서 결코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잠시간이나마 그를 추억하기로 했다.


 내밀었던 것은 색색의 조각이었다. 자주색, 붉은색, 형형색색의 조각들이 제각기 빛을 발했다. 특별히, 생전 그와 인연이 깊었던 어떤 전사의 기억 일부를 담아 만들어 낸 조각도 있었다. 물론 그것은 지시자의 선택이었고, 브레이즈는 그것이 조금은 괴랄한 취미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 없이 그것들을 받아들었다. 보랏빛의 두 눈동자는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한 색을 띠고 있었다. 담담한 표정은 꽤나 이질적이라서 인형은 도리어 소름이 끼쳤다. 어차피 성유계에 당도한 그 순간부터 예정되어있었던 절차였다. 그들의 관계를 맺어준, 그 세계를 이루는 일종의 작은 순리이자 법칙이었다. 그는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브레이즈의 마지막 기억이 모였을 때, 지시자 또한 그것을 똑똑히 보았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인형의 유리 안구가 반짝거렸다. 비로소 짜인 온전한 기억의 마지막은 두터운 괴로움에 둘러싸여 있었다. 끝을 모르는 고통의 연속. 좌절. 참지 못하고 내리꽂은 단검. 흘러나온 액체. 피를 토하는 처절함. 얄팍한 목숨을 향한 갈구. 분노. 절망. 또다시 분노. 그리고 나락에의 추락. 손을 내민 자의 비릿한 미소.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 사방에 자욱한 붉은 안개. 짓뭉개져 바스락거리는 나비처럼 너무나도 아름다운 생애였다. 인형은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쳤었다. 정말, 지금까지 그녀가 보았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모든 기억이 모여 비로소 죽음을 맞이한 그는 그 누구보다도 평온한 얼굴이었다. 더는 백은검에서 번쩍이는 정화의 빛이 흘러나올 일은 없었다. 성유계에 언제까지고 남아있을 그녀와는 달리, 그는 언젠가 저 지상에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 화염의 성녀의 휘하에서 또 한 번 그 세를 화려하게 누비겠지. 인형은 느릿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그나마 몇 없던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전사였지만.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이렇게 또 한 번 죽어버렸으니까. 성녀의 딸로서 짊어진 의무가 지금도 그녀의 발목을 옭아매었다. 기억의 편린 사이를 헤매는 다른 전사들은 바인더에서 그녀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 지시를 내리는 자와, 지시를 받는 자들. 예정된 결말을 안고 희뿌연 과거를 되짚어가는 자들. 그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는 나날이 조금은 지루했다. 인형는 두어 번 눈을 깜박였다.


 여기까지였다. 잠시 머무르려던 것이 시간을 상당히 지체하고 말았다.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떼려던 찰나, 무언가가 인형의 차가운 손등에 내려앉았다. 검정색 나비였다. 너무나도 검기에 반짝임조차 없어, 미처 그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 뻔 했다. 주변의 빛을 모조리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것과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잘라내어 꿰맨 듯한 두 날개가 유려하게 팔락였다. 지시자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잡아 손바닥에 놓았다. 그 위를 다른 손으로 덮고 그녀는 뒤를 돌아 다시 그의 관에 가까이 다가갔다. 잔뜩 움츠렸던 날개가 다시금 펴지는 게 느껴졌다. 그것을 아까 그녀가 가져온 국화 위에 내려주었다. 나비는 하얀 꽃잎 위에서 어디론가 날아가버리지 않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인형은 보일락 말락하게 미소를 지었다. 작별이다.

그럼 언젠가 다시 눈 뜨는 그날까지, 좋은 꿈을 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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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하지만 생일 축하해!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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